블루스와 파퓰러 뮤직 요하힘 E. 베렌트 지음, 한종현 옮김/ 재즈북 p246~250 50년대 중반 이후, 블루스는 그때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퓰러 뮤직에 침투했다. 처음에는 흑인 리듬 앤 블루스ㅡ흑인들이 사는 남부와 북부 게토의 리듬감이 있는 음악ㅡ가 로큰롤(rock'n roll)을 탄생시켰다. 빌 헤일리(Bill Haley)와 엘비스 프레슬리(Elivs Presley)가 최초의 백인 로큰롤 스타였지만, 직전까지도 불가능할 것 같았던 백인 팝 음악계에서의 엄청난 성공을 누린ㅡ척 베리(Chuch Berry), 패츠 도미노(Fats Domino), 레이 찰스(Ray Charles) 같은ㅡ흑인 아티스트들이 곧바로 등장했다. 1963년도에 와서는, 대부분의 리듬 앤 블루스가 미국 파퓰러 뮤직의 주류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빌보드Billboard>지가 "리듬 앤 블루스"와 팝으로 나누어 판매 순위를 매기던 것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나중에 다시 분리되기는 했지만, 그 잡지의 방침이 계속 바뀌어서, 그후의 추이는 확실하지 않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뛰어난 흑인의 재능이 이제는 백인 음악계의 일부가 된 것이다. 비교적 젊은 독자들은 과거의 그런일이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거의 느끼기 힘들 것이다. 리듬 앤 블루스라는 용어는 40년대 말에 와서야 소개되었다. 그때까지 그것에 해당하는 말은 '레이스 뮤직(race music)', 또는 '레이스 레코드(race record)'였다. 그런 표현을 보면 50년간 백인들은 기껏해야 간접적으로나 접할 수 있는 게토에서 흑인 음악이 연주되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흑인 뮤지션들을 퇴화시키고, 경시하고 지치게 함으로써, 그 정격적인 흑인만의 형식에 들어 있는 것이 대부분의 백인 청중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블루스가 틴 팬 앨리(Tin Pan Alley)의 대중음악과 감상적이고, 키치적이며, 솔직하지 않은 감정에 대해 지껄여대는 그 속성을 말 그대로 분쇄한 것을 빌 헤일리,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 패츠 도미노, 리틀 리처드 등과 같은 뮤지션을 통해 성취된 결과였다. 오늘날의 파퓰러 뮤직이 50년대 중반 이전의 파퓰러 뮤직보다 대부분 현실적이고, 명쾌하고, 솔직하며, 그와 동시에 시적이고 음악적이며 종종 감성적으로도 풍부하다고 하다면(disco 음악은 제외하고), 그 공은 블루스가 백인의 파퓰러 음악에 침투한 것에 돌려야한다. 블루스ㅡ그리고 흑인음악 일반ㅡ에는 백인 파퓰러 뮤직이 최근에야 성취한 것들ㅡ사실적이며 사회성이 풍부한, 노래하는 사람의 일상생활과 문제점에 대한 내용ㅡ이 언제나 존재했다. 50년대에 일어난 것은, 60년대를 지칭하는 데 자주 적용되는 말인, '록의 시대'의 준비 과정일 이었? 미국에서는 밥 딜런(Bob Dylan)이, 그리고 처음에는 영국에서 그 이후로는 일약 전세계적으로 비틀스(Beatles)가ㅡ또한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 곡에서 이름을 따온)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가ㅡ새로운 음악 의식을 창조해서, 바로 직전까지 높은 음악적 표준이었던 아티스트들이 (프랭크 시나트라를 연상하시길!) 몇 년 사이에 이 새로운 의식과 접하면서 구식(old forgey)이 되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분쇄된 음악적인 표준은 옛 팝뮤직을 창조한 부르주아 세계의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표준의 상징이었다. 그런 표준이 새로운 운동의 실제 공격 목표였다. 밥 딜런, 비틀스, 롤링 스톤스ㅡ그들 모두의 음악은 분명히 블루스가 아니었다. 비틀스는 리듬 앤 블루스, 특히 척 베리의 영향을 받았다. 딜런은 그 핵심이 포크 브루스인 미국의 민간 전승 음악과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영향을 받았다. 반년 동안, 그는 블루스 싱어 빅 조 윌리암스와 생활했다. 딜런은 '파퓰러 뮤직에서 있어 최초의 진정한 음유시인"이라고 불려왔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19세기 말이나 그 이전부터 "파퓰러 뮤직의 진정한 음유시인들"이었던 수백 명의 흑인 포크 블루스 가수들을 망각하는 것이다. 밥 딜런과 비틀스는 그들이 탄생한 저마다의 토대를 벗어낫다. 딜런이 처음으로 (1966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나타났을 때, 그의 팬들로부터 거센 항의가 있었다. 그러나 3년 뒤인 1968년, 그는 어쿠스틱 기타와 포크와 블루스에서 쓰는 하모니카로 그의 앨범 [John Wesley Harding]을 녹음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음악적이며 정신적 유산을 무엇으로 보는가 하는 것을 그의 모든 추종자들에게 실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그들은 이해했다. 비틀스도 비슷한 전개 과정을 거쳤다. 수년간,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점점 감수성있게 만들면서, 로큰롤의 유산을 의식적으로 다듬었으며, 블루스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들은 , , 등의 노래에 바로크 요소를 도입했고, 에서 옛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국 마드리갈 문화를 되살려냈으며, 조지 해리슨의 곡에서 인도 고전음악을 참조했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하나의 록 심포니였다. 그러나 그 후 1968년에 더블 앨범 [The Beatles]가 발매되었다. 그리고ㅡ척 베리와의 연관성, 초기 로큰롤과 리듬 앤 블루스의 영향력이 드러나 있는ㅡ이 앨범에서, 그들은 딜런이 [John Wesley Harding] 앨범에서 했던 것처럼 그들의 출발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으며 팬들이 그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점을 실천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존 레논은 이렇게 말했다. "로큰롤의 또 다른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척 베리일 것입니다. (척 베리는 블루스와 리듬 앤 블루스의 대스타 중 한 사람이다)." 비틀스와 밥 딜런이 모든 세대의 음악적이고 사회적인 의식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이 맥락에서 이 의식의 변화가 블루스를 바탕으로 하며 그것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은 다음의 말로 이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 "록은 배터리같은 것입니다. 자주 자주 매번마다 블루스로 돌아가 재충전해야 합니다." 틀림없이 재즈와 정격 블루스의 관점에서 볼 때, 60년대의 록 시대와 50년대의 로큰롤 시대의 연주된 블루스의 파생물 대부분은 비상업적이고 순수한 블루스의 소산에 비해 열등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소수의 재즈와 블루스 전문가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 반대가 맞다. 블루스를 통해서, 파퓰러 뮤직은 그 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질적 수준에 도달했다. 이 반대 과정은 계속된다. 백인의 록과 팝 음악으로 유입되는 흑인음악의 물줄기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사실은 이미 매우 넓어진 상태여서 더 이상 흑인과 백인의 파퓰러 뮤직 사이에는 차이점이 없거나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에는 펑키적인 것(funkiness)이 상업적인 록 음악에서 유행하는 핵심이자 전부였는데 펑크(funk)도ㅡ10년 뒤의 랩(rap)과 힙합(hip-hop)처럼ㅡ그 기원은 흑인 게토 지역과 블루스이다. 진정한 흑인 정서가 블루스와 함께 백인 세계에 침투했다는 사실은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에 따르는 댄스 종류를 통해서도 명백해진다. 블루스의 세계에는ㅡ그리고 일반적으로 흑인 세계에는, 이미 아프리카에서부터ㅡ언제나 '솔직하고(open)', 독특한(individual) 춤사위가 있었다. 각각의 댄서 개인의 사실상의 파트너는 음악이다. 댄서는 그의 몸동작으로 음악과 호응한다. 그 반면에 백인 세계에서는, 사교적 신체적 접촉을 구실로 음악의 역할이 간신히 느껴질 정도의 배경음악으로 전락하면서 그 춤사위는 점점 위축되었다. 합리화된 백인 세계의 다른 모든 것처럼, 춤도 '어떤 기능에 충실해야' 했다. 흑인 세계의 춤은 오직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다. 몸이 악기가 되는 것이다. 50년대 중반부터는 젊은 백인 록 청중에게 있어서도 몸이 악기가 되었다. 미국의 블루스는 전문가 찰스 카일(Charles Keil) (이 방면에 쏟은 그의 노고에 우리 모두 빚을 지고 있다)은, 미국과 유럽에서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춤추는 것을 보게 되면, "서아프리카 사람은... 마침내 서양의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포옹하고, 발을 질질 끌며, 깍지를 끼고 도는 역겹고 음란한 동작을 벗어던지고 이미 자신들의 사회에서는 대단히 소중하게 여겨져왔던 정력적이고, 건강에 이로운 골반 운동을 선택한 것을 보고는 기뻐할 것이다"라고 추정한다